سِجِلّ المائة يوم المَخْفِيّ

금지된 이야기가 깨어났다

하임은 긴급 회의를 마친 후에도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불안함을 안고 병동으로 향했다. 『이야기는 감염처럼 확산된다』는 말이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그는 아직 정체가 불분명한 이 ‘서사적 중독’ 현상의 본질을 더 가까이에서 마주하고자 했다.

자정이 넘은 병동은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아래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환자들의 병실에서는 낮고 끊임없는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901번째 밤… 그녀가 멈췄어요…”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어요…” “가면이 웃고 있어요…”

하임은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한 병실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젊은 남성 환자, 김현우가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입꼬리는 미묘하게 올라가 있었고, 눈은 감긴 채로도 미소의 흔적을 품고 있었다.

하임은 조용히 다가가 환자의 이름을 불렀다.

“김현우 씨… 들리십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떨리며 올라갔다. 그의 시선이 하임을 향하더니, 마침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가… 이야기를 멈췄어요.”

하임은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회의 당시의 메모가 들려 있었다. 펜 끝을 천천히 움직이며, 그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가 멈췄다고 했죠.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셰에라자드입니까?”

현우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더욱 짙은 미소를 띠었다.

“가면이… 웃고 있어요.”

“가면이라니… 어떤 가면을 말하는 거죠?”

“눈이 X자로… 깨졌어요. 그녀가 마지막 밤에… 그 가면을 썼어요.”

하임의 머릿속을 스치는 이미지——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서 발견된 석제 가면.

(주: 실제로 이스라엘박물관에는 9천 년 전 신석기 시대의 석제 가면 11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 가면들은 공동체 의식과 죽음 의식에 관련된 상징물로 추정된다. 일부 가면은 웃는 얼굴인지, 울고 있는 얼굴인지 모호한 인상을 주며, ‘감정이 결박된 미소’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가면은 고대의 죽음 의식과 관련되어 있었고, 몇몇 학자들은 그것을 ‘기억을 봉인하는 도구’라 불렀다. 그 석제 가면은 분명히 실존하는 유물이었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서 한 환자가 그것을 언급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끝까지 들으면 안 돼요. 그 미소를 보게 되니까요.”

하임은 가만히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병실 외부 복도에서 짧은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간호사가 급히 다가와 말했다.

“하임 선생님, 새로 도착한 환자 중 한 명이… 계속 같은 문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말합니까?”

“『화자를 찾는다』라고요. 계속 반복합니다.”

하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이야기가… 다음 단계를 요구하고 있군요.”

하임은 병동을 빠져나와 두 번째 격리 병실로 향했다. 그곳엔 금방 도착한 또 다른 환자가 누워 있었는데, 그 역시 감정 없는 미소를 띤 채, 의미불명의 문장을 반복하고 있었다.

“화자를 찾는다… 화자를 찾는다… 이야기를 시작하라…”

그의 목소리는 마치 고대 주문을 읊조리듯 단조롭고 반복적이었다. 간호사는 두려운 얼굴로 설명했다.

“입을 열 때마다 같은 문장을 반복하고 있고, 심지어 수면 상태에서도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입니다. 마치… 의식 깊은 곳에서 이야기의 조각을 되새기는 것처럼요.”

하임은 그의 곁에 앉아 작은 메모장에 단어 하나를 써 넣었다.

『화자의 선별 과정』

“이건 단순한 환각이나 망상이 아닙니다. 서사가 작동하고 있는 거예요. 이 이야기엔 구조와 목표가 있습니다.”

문을 나서기 전, 환자의 마지막 중얼거림이 하임의 등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당신이… 마지막 이야기꾼이죠…?”

복도로 나와 다시 병원 끝쪽, 세 번째 격리 병동으로 향하던 하임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한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하임 선생님… 서린 환자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일이죠?”

“그 아이가… 의식은 없지만, 손가락이 주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쓰는 듯한 동작이에요.”

하임은 즉시 병실로 향했다. 서린은 침대 위에서 산소 마스크를 쓴 채 잠들어 있었지만, 그녀의 오른손 손가락은 허공을 따라 일정한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임은 노트를 꺼내 그 움직임을 따라가며 옮겨 적었다.

『901번째 밤, 이야기는 미완이다.
화자는 기억을 이어야만 한다.』

그 순간, 병실의 심장박동 모니터가 갑자기 깜빡이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띄웠다.

간호사가 소리를 질렀고, 의료진이 달려왔다.

하지만 하임은 조용히 그 화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건 시스템 오류가 아닙니다. 누군가, 이 병원을 서사의 무대로 만들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이 이야기의 내부자가 되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병실 전체에 정전이 일어나듯 조명이 깜빡였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병원 기록용 태블릿이 혼자 켜지며 저장되지 않은 문서를 띄웠다.

파일 제목: 『901번째 밤 – 제2막』

하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2막이… 시작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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