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이쪽 환자 이상 반응 있습니다!”
응급실의 고요가 순식간에 깨졌다. 침대 위 한 환자가 온몸을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심전도 모니터가 요동쳤고, 의료진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맥박 저하! 혈압 60 이하로 급감!” “호흡 곤란! 심정지 직전입니다!”
하임도 곧장 달려갔다. 환자의 눈은 뒤집힌 채 고정되어 있었고, 입가의 미소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에피네프린 준비!” “심장 마사지 들어갑니다!” “제세동기 가동——충전!”
의료진의 목소리는 점점 조급해졌고, 침대 위의 환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1차 제세동 실시.”
찰칵.
몸이 들썩였다.
그러나—— 파형은, 직선.
“2차 실시!”
또 한 번의 전기 충격.
그러나 아무 변화도 없었다. 심장의 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의식 반응 없음. 소생 실패입니다…”
모니터의 화면은, 완벽한 침묵을 나타내고 있었다. 환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그러나—— 그 입가에는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미소가, 마치 조롱하듯 남아 있었다.
그 미소는, 단순한 표정이 아니었다. 근육이 사후강직을 넘어, 마치 ‘무언가에 의해 새겨진 인장’처럼 고정된 상태였다.
하임은 미세하게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웃는 가면…”
“다른 환자도 이상 반응입니다!” “저쪽도! 동시에 발작 시작됐어요!”
연달아 들려오는 외침. 다른 병상들에서 비슷한 반응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을 떠는 환자들. 의식을 잃은 채 웃고 있는 얼굴들.
이상 반응은 3분 간격으로 병실 전체를 따라 확산되고 있었다. 마치 일종의 ‘이야기 감염 시퀀스’가 활성화된 듯한 움직임이었다.
간호사 윤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서사의 작동입니다. 우연이 아니에요.”
하임은 심장 박동이 꺼진 환자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이건 단순한 죽음이 아닙니다. ——이야기가 한 사람의 삶을 끝냈다.”
그 순간, 병동 전체의 폐쇄회로 영상기록 장비가 자동으로 작동했다.
“기록 자동 개시. 응급 프로토콜 4단계 전환을 권장합니다.”
기계음조차 어딘가 불길하게 들렸다. 병동의 조명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그때, 응급실 천장의 조명이 일제히 깜빡였다. 환자의 사망 시각을 기록하던 장비의 디스플레이에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의 죽음은 902번째 밤의 시작이었다』
“902번째…?”
윤 과장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901번째 밤이 아니라, 그 다음이 시작됐다는 건가요?”
하임은 그 메시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서사가 다음 장으로 넘어갔습니다. 누군가——혹은 어떤 존재가, 이야기의 흐름을 스스로 조정하고 있어요.”
이때, 한 환자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의료진이 놀라 다가가려는 순간—— 그는 눈을 뜨지도 않은 채 허공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화자가 쓰러졌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세요.”
그 목소리는 마치 녹음된 테이프처럼 기계적이고 차가웠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하임은 정신을 바짝 차리며 메모를 남겼다.
『서사적 도약 발생 – 902번째 밤으로의 전이 확인』
『사망 = 서사의 구획 경계 역할 수행 가능성』
그는 곧바로 윤 과장에게 말했다.
“기존 감염 패턴을 다시 분석해야 합니다. 901번째 밤이 ‘도입’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이야기의 본편—— 즉, ‘전개’가 시작된 겁니다.”
윤 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정신의학, 중독학, 언어학 전 부서 데이터 다시 검토하겠습니다.”
그때, 서린의 병실에서 또다시 경보음이 울렸다. 하임과 윤 과장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료진이 몰려 있는 그곳—— 서린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그녀의 오른손은 또다시 허공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이번엔 분명한 문자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임은 침묵 속에서 그 손동작을 기록하며 소리 내어 읽었다.
『다음 화자에게 권한 이양 중』
『제2막의 서곡——그대가 화자다』
하임은 그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군요.”
그 순간, 병원의 대기실 스크린이 깜빡이며 새 문장을 띄웠다.
『화자는 누구인가?』
“독자에게 묻고 있어요.”
하임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었다.
“이야기의 안과 밖이… 연결되기 시작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