سِجِلّ المائة يوم المَخْفِيّ

금지된 이야기가 깨어났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그 웃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그는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 하임은 국립정신과학연구소 소속으로 정부 주도 기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공식 명칭은 『중독성 인지패턴 해체 및 회복 촉진 프로그램』—— 하지만 연구진 사이에서는 조용히 “TMS-A 프로젝트”라 불렸다. 이니셜은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with Augmented Hypnosis’, 자기장 자극과 확장 최면을 결합한 실험이었다.

그들은 중독의 뇌 신경회로 자체를 재구성하려 했다. 물질을 끊는 것이 아니라, ‘중독이라는 기억 그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실험실은 외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지하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벽면은 온통 음향차단재로 덮여 있었고, 시간 개념조차 흐릿해지는 그곳에서 하임은 첫 참가자들을 만났다.

약물 중독 치료에 실패한 자들, 전통 치료법이 무력해진 마지막 사례들.

“우리는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서정민 박사는 종종 강조하곤 했다.

“우리는 이야기의 뿌리를 자르는 겁니다. 뇌가 중독에 이르는 일련의 기억 경로—그 서사를 해체하면, 중독은 흔적 없이 무너집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믿으십니까?” 하임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서 박사는 미소를 지었다. “믿음이 아니라… 증거를 모으는 거죠. 이미 일부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임은 초기 실험에서 도출된 데이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안정되었고, 몇몇은 수십 년 간 이어진 약물에 대한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뇌파 스캔에서는 도파민 반응계가 비정상적으로 조용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억제가 아니었다.

“마치… 아예 욕망의 기억 자체가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한 참가자의 진술은 하임의 노트에 적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하임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무언가, 설명되지 않는 틈.

“기억이 지워졌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그는 동료 연구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상대는 어깨를 으쓱였다.

“기억이 사라진 건지, 혹은 다른 걸로 덮인 건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환자는 더 이상 갈망하지 않잖아요. 그게 중요한 거죠.”

하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는 실험 중 최면 세션의 일부 영상을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표정, 말투, 눈의 움직임.

어딘가 이상했다.

어느 날, 한 참가자가 세션 도중 갑자기 중얼거렸다.

“901번째 밤… 그녀가 멈췄어요…”

그 순간, 하임은 노트북을 닫지 못한 채 한동안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그 단어는, 과거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문장이었다. 현실로 나오면 안 되는 말.

그가 몇 년 전, 직접 겪었던——

“첫 번째 환각 속에서… 그 목소리도, 그 말도… 그대로였다.”

하임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그 말은 환자들이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누구에게도,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분명히, 영상 안에 있었다.

그는 화면을 천천히 돌려 다시 재생했다.

환자의 눈동자, 입술의 미세한 떨림, 그리고 말의 리듬까지——

“내가 봤던 그 얼굴과… 너무 닮았어.”

하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환각 속 웃는 가면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 기이한 응시.

그날 밤부터, 하임의 기록 노트 첫 페이지는 이렇게 바뀌었다.

『기억은 지워진 것이 아니다. 이야기 속으로 숨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약보다 더 강한 중독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또다시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이번엔 한 명이 아니었다.

세 명, 다섯 명. 점점 늘어나는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시간과 상황에서 똑같은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녀가 멈췄어요… 웃음이 와요… 901번째 밤…”

입꼬리를 이상하게 끌어올리는 미소, 텅 빈 시선, 그리고 반복되는 문장들.

하임은 확신했다.

이건 단순한 기억의 흔적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 그 이야기가, 그들 안에서 자라고 있어.”

그는 실험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도로, 자신의 노트에 적었다.

『반복적 언어 반응, 의미불명의 구절, 감정과 무관한 웃음 반응.』

『최면 암시가 아닌 자발적 구문. 의식은 있으나, 반응은 타인의 것처럼 일치함.』

무언가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다.

——이야기가 깨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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