سِجِلّ المائة يوم المَخْفِيّ

금지된 이야기가 깨어났다

“결국… 이 밤이 열렸군.”

하임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조금 전, 병상에 누운 환자가 “당신이 마지막 이야기꾼이죠…?”라고 말했을 때,
그녀의 내면은 섬뜩한 예감으로 뒤흔들렸다.
과거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던 경고——‘마지막 이야기꾼’.
설마 그 어두운 그림자가 실제로 다시금 현실로 파고들 줄이야.


그리고 바로 그 시점부터, 병원 전체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응급실 문은 쉴 새 없이 열리고 닫혔고,
사이렌 소리 역시 끊임없이 들려왔다.

환자 수는 어느새 아홉 명으로 늘어났고,
모두가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901번째 밤…”
“그녀가 멈췄어요…”
“미소가 와요…”

병상마다 소름 돋는 중얼거림이 울려 퍼져,
마치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이어 낭독하는 광경을 자아냈다.

박도윤은 점점 빨라지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환자들 사이를 급히 오가며 회진표를 확인했다.

모두 의식은 있었지만 현실감은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진정제도 듣지 않았고, 그들의 부자연스러운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이상해요. 패턴이 있는 것 같아요.”
간호사 윤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표정과 말투까지 전부 똑같은 순서로 반복되고 있어요.”

박도윤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건 개인의 기억이라기보다,
누군가가 주입한 이야기를 기계처럼 되뇌는 느낌이에요.”

그때, 한 환자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야기가…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

곧 병원 전체에 비상대응체제가 발령되었다.
응급의학과, 정신의학과, 중독학과, 바이러스내과까지 전 부서가 호출됐고,
환자 일부는 격리 병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쉴 새 없이 혈액, 신경, 호르몬 샘플을 채취하며 중앙 서버로 데이터를 보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해답은 여전히 없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요?”
박도윤이 물었다.

“GHB, 케타민, 펜타닐 등 모든 마약성분 음성.
감염성 검사도 특이사항 없음.
다만 몇몇 환자에게서 감마계 신경전달물질 수치가 평소보다 낮게 나왔어요.”

“그걸로 설명되나요?”

“수면장애 정도의 수치예요. 지금처럼 집단적으로 동일한 서사를 반복할 수준은 아니에요.”

하임은 간단히 노트에 메모를 남겼다.

  • 물질적 원인 없음
  • 이야기의 주입
  • 패턴화된 반복
  • 901번째 밤
  • 기억 아닌 서사적 감염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화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중독 반응입니다.
지금 이 환자들은 같은 이야기 구조에 잠식되고 있어요.”

의료진은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분명 기존의 어떤 의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또 다른 환자가 고개를 돌려 하임을 응시했다.

“하임 박사님… 도망치세요…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야 해요…”

정적이 병실을 가득 메웠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하임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군요.”

그녀의 말은 오래전 예언된 이야기의 봉인을 풀 듯,
응급실을 묘한 긴장감으로 채웠다.

“이건 단순한 약물 중독이 아닙니다.
서사 자체가 감염처럼 확산되는 현상—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건 그 최초의 사례일 수도 있어요.”

윤 과장이 물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는 뭡니까?”

하임은 의료진을 돌아보며 결단하듯 말했다.

“이제, 우리 스스로 ‘이야기의 다음 장’을 밝혀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모두가, 마치 자신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된 듯한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간호사의 비명이 들렸다.

“이 환자… 갑자기 울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미소는 그대로예요!”

하임은 급히 달려가 병상 옆에 섰다.
미소를 지은 채 눈물을 흘리는 20대 여성.
그녀의 눈동자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떨리고 있었다.

“셰에라자드가… 다시… 이야기해…줘야 해요… 아니면… 우린 다 미소로 사라져…”

하임은 깊은 숨을 들이켰다.

“감정과 인지가 따로 노는 증세까지… 더 이상은 단순한 사례가 아닙니다.”

그 순간, 병원 전광판이 순간적으로 꺼졌다가 깜빡이며 재가동되었다. 그런데 의료진 누구도 입력하지 않은 문장이 화면에 떠올랐다.

『901번째 밤이 열렸습니다.』

하임은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내부 장비를 해킹한 게 아니야.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그리고 그 순간, 복도 끝 응급실 문이 또 한 번 열렸다.

“도착했습니다! 19세 여성 환자! 혼수 상태입니다!”

바로 그 환자. 셰에라자드의 이름이 맴돌던 그 순간에 예고되었던 소녀.

하임은 고요하게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901번째 밤의 진짜 주인공이… 이제 등장하는군요.”

이야기는,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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