سِجِلّ المائة يوم المَخْفِيّ

금지된 이야기가 깨어났다

“더 이상… 피할 수 없군요. 결국, 우리가 직접 이야기의 다음 장을 찾아야 할 것 같네요.”

하임이 그렇게 결심을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병원 내부를 감싸는 긴장감은 더욱 짙어졌고, “901번째 밤…”이라는 중얼거림은 이제 마치 공기 중에 녹아들어 퍼지는 진동처럼 병원 곳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하임 자신도 이 사태가 어디까지 퍼져나갈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한동안 그는 환자들을 살폈다.
각자 허공을 응시한 채, 부자연스러운 웃음과

“그녀가 멈췄어요…” “이야기가 끊겼어요…” “미소가 돌아왔어요…” 라는 중얼거림을 반복하고 있었다.

특히 강도현을 포함해, 이미 여러 명이 같은 패턴으로 서사적 중독 상태에 깊이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 곁에서 레지던트 박도윤이 조심스레 물었다.

“하임 박사님, 이 사건은… 결국 과거에 연구하셨던 그 실험과 연관된 건가요?”

하임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년 전의, 그가 결코 잊지 못할 실험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회상: ‘이야기 기반 중독 반응’ 실험

당시 하임은 정부 산하의 특수 연구소와 협력해 ‘이야기’를 활용한 중독 치료 기법을 실험하고 있었다.
기존의 약물 대신 ‘언어적 암시’와 ‘반복적 서사 구조’를 활용해 중독자의 심리에 작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탐구한 것이다.

처음에는 성과가 있었다.
몇몇 피실험자는 이야기 속에 몰입하며 약물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일부는 악몽 빈도가 줄었고, 감정의 기복이 완화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실험이 2단계에 접어들자, 상황은 급변했다.

한 남성 참가자는 밤마다 자신이 이야기 속 인물과 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다른 여성은 갑자기 “멈춰진 이야기를 대신 이어가야 한다”며 벽에 글을 쓰고, 밤새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하임은 실험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서사는 정신에 은밀히 침투한다. 이야기는 치료제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중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마지막 피실험자였던 19세 여성—— 그녀는 누구보다도 이야기 속에 깊이 몰입한 상태였다. ‘셰에라자드’라는 이름에 강한 반응을 보였고,
실험 마지막 날엔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901번째 밤… 셰에라자드가… 사라졌어요.”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돌연 병실에서 실종되었다. CCTV 영상에는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병원 복도를 나서는 뒷모습이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실종 상태로 남았다. 하임은 해당 실험을 ‘극도의 정신 감염 우려’로 보고했고, 연구소 측은 모든 자료를 봉인하고 프로젝트를 종료시켰다.

하임 역시 병원을 옮기며 이 연구를 잊기로 결심했지만—— ‘901번째 밤’이라는 단어는 그의 기억 저편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하임 박사님…?”

박도윤의 목소리에 하임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의 눈앞에는, 과거 실험에서 본 것과 정확히 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환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말——

“이야기가 끊겼어요…” “그녀가 마지막이었어요…” “이야기를… 다시 들어야 해요…”

하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아마도, 그때의 실험이… 다시 시작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박도윤이 묻는다.

“그럼, 톡시드는 단지 하나의 트리거였을 뿐인가요?”

“가능성 있어요. 이야기에 대한 집단 반응을 유도하는 매개일 뿐, 진짜 감염 매커니즘은 이야기 구조 그 자체일 수 있죠.”

도윤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를?”

하임은 조용히 대답했다.

“이건 정보를 끊는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이야기란 원래 ‘퍼지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더구나, 이건 ‘901번째 밤’이라는 전설적 서사예요. 사람들은 그 결말을 너무도 원했죠… 누군가, 그걸 노리고 의도적으로 다시 살려낸 겁니다.”

바로 그 순간, 복도 반대편에서 간호사 윤지가 달려왔다.

“하임 선생님! 아까 도착한 19세 여성 환자—— 의식은 없지만, 계속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그리고 손에… 이상한 문양이 있습니다.”

하임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문양이요?”

“왼쪽 손목에… 마치 고대 문자처럼 보이는, 미소 형태의 문신 같은 흔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스캔에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하임은 곧바로 병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산소 마스크를 낀 한 소녀가 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녀의 왼손엔 분명히 웃는 얼굴을 연상시키는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하임은 손을 떨며 소녀의 이름표를 확인했다.

[환자명: 서린 / 생년: 2006년]

순간, 그의 뇌리를 파고드는 이름 하나—— 그 옛날, 실험 중 사라졌던 19세 여성 피실험자와 같은 성씨였다.

“…설마, 그 아이의 동생…?”

하임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뒷걸음질쳤다. 그때, 모니터 화면이 스스로 켜지며 누군가의 목소리를 재생했다.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어요. 단지… 다음 화자를 기다렸을 뿐.』

하임은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

“누군가… 이 서사를 계획하고 있어…”

그리고 곧바로 말했다.

“긴급 회의,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 더 이상 이건 단순한 중독 사건이 아닙니다.”

그의 눈동자는, 다시금 전설로 덮인 어둠을 마주한 자의 그것이었다.

이야기는, 이제 ‘각성의 밤’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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